[시]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2010. 1. 17. 12:30잡다한 이야기들/기억나는 시와 글, 명언들


평소 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거나, 내공이 깊은 것은 아니다.
최근 주변 지인중 하나가 이시를 추천해주어서 나도 한번 의미있게 읽어 보았다.


일단 시인 기형도님은
1960~1989년 사이의 인물이다. 연세대학교의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작품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후에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작품을 발견하였는데 1989년 종로의 한 극장에서 숨진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인은 뇌졸중인데, 그야말로 29 나이의 요절이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그의 작품 세계를 그로테스크리얼리즘이라 일컬었다. '그의 시가 그로테스크한 것은, 타인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해져, 갇힌 개별자의 비극적 모습이 마치 무덤 속의 시체처럼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는 데에 있다. 시인은 그의 모든 꿈이 망가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의 시는 낯설고 우울하다. 어두운 이미지, 고독과 죽음에 직접 연결된 이미지들이 흔하게 쓰인다. 하지만 먼 곳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의 시는 현실의 세계를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자주 이야기한다.

※  《입 속의 검은 잎》의 해설에서 발췌, 위키피디아


질투는 나의 힘 
기 형 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필자가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할말은 없지만,
아무 생각없이 위 시를 읽어보았는데, 뭔가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휘몰아 쳤다.
처음에는 지나온 내 삶들이 허무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 한탄스럽기도 하였다.
[구름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지난 날을 후회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뒤돌아 보며 생각해보니 희망의 내용이 겨우 질투뿐이 었다고 생각하니, 더 울컥하였다.
질투라는 감정으로 남을 따라 하려고만 했고, 진정 나를 사랑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사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마지막 한줄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다....

시에 들어가는 요소나 사물이 왠지 현대시대에 공감가는 사물을 통한 묘사라, 급 공감이 가고,
시인이 29살로 요절하셔서, 현재 27인 내 나이를 비추어보았을때 그의 시가 가슴으로 와닿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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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hungryalice.tistory.com BlogIcon Hungryalice2010.01.18 10:30 신고

    저도 단한번도. 나를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은거 같다는 생각을...
    뭐가..
    무거워지는 이마음 ㅠ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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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hinlucky.tistory.com BlogIcon shinlucky2010.01.19 02:25

      읽고나면좀 무거워지긴 해요 ^_^;;
      다 읽어주신것만해도 감사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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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blog.daum.net/freesouler/ BlogIcon 자유로운 영혼2010.01.19 22:47

    사랑을 찾아다녔으나 결국 나 자신은 사랑하지 못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겠지요.

    방문해주셔서 좋은 시 하나 얻어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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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daddys.egloos.com BlogIcon 바쁜아빠2010.01.26 13:43

    기형도, 정말 반가운 이름을 블로그 포스트에서 보다니...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아직 문학청년이었던 20대초에 가장 열광했던 시인 중 한명이었죠.

    그래서 아직도 조금이라도 안개가 꼈다싶으면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안개가 핀다 하며
    기형도의 안개를 읊조리며 마치 여공이라도 된 양 다니고...
    울적한 일만 생기면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하는 그시절, 내 유년의 윗목"하며 그의 시를 중얼거리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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